이번에는 죽기 전에 꼭가보고싶은 여행지,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에 대해서 남겨볼 예정이다.
1. 아이슬란드 < 고요한 대지 위에서 오로라를 보다 >
내가 가장 간절히 가고 싶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이슬란드를 말할 것이다.
이 나라는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에 ‘다른 행성처럼 생긴 지구의 조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광활한 빙하, 거칠게 흐르는 폭포, 사방으로
이어지는 용암 지형,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오로라까지. 모든 것이 현실 같지 않다.
특히 내가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은 이유는 ‘조용히 자연 앞에 서보고 싶어서’다. 도시의 빛공해 하나 없이, 검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오로라를 맨눈으로 바라보는 그 경험.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 앞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싶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렌터카를 타고 링로드를 따라 일주하고 싶다. 아무 계획 없이, 지도도 없이 그냥 도로를 따라가며 풍경이 허락하는 대로 머무르고, 쉬고, 또 떠나는 여행. 언젠가, 내가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줄 수 있을 때, 이 꿈을 꼭 이뤄보고 싶다.
2. 페루 마추픽추 < 잊힌 문명의 흔적을 걷다 >
어릴 적부터 나는 신비로운 장소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지도 속의 오래된 유적지, 미스터리한 문명의 흔적들. 그래서 페루의 마추픽추는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마추픽추 유적지를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때, 나는 말 그대로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높은 곳에, 그것도 몇 백 년 전의 사람들이 이런 거대한 도시를 지었을까.
사진 한 장에도 이렇게 깊이 빠져드는데, 실제로 그 땅을 밟고, 그 계단을 오르며, 안개가 걷히는 풍경을 눈앞에서 본다면 어떤 감정일까?
내가 마추픽추에 가고 싶은 이유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그곳은 ‘잊힌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마지막엔 직접 걸어야만 닿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여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시간과 체력을 들여서라도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다.
3. 이탈리아 토스카나 < 느리게, 오래도록 머무는 풍경 >
유럽 여행이라 하면 흔히 파리나 로마처럼 화려한 도시를 떠올리지만,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유럽의 풍경은 오히려 토스카나 처럼 조용하고
느린 곳이다.
토스카나는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포도밭과 언덕들,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선 시골 풍경, 그리고 붉은 지붕의 작은 마을들이 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 가서 며칠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고 싶다.
아침엔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낮에는 동네 시장에 들러 제철 식재료를 사고, 저녁이면 와인 한 잔과 함께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여행’이 아닌 ‘삶처럼 살아보는 것’ 아닐까?
짧고 바쁜 여행 대신, 이곳에서는 시간을 천천히 써보고 싶다. 매일 똑같은 언덕을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은 풍경이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토스카나에 끌리는 이유다.
4. 뉴질랜드 남섬 < 가장 맑은 하늘 아래를 걷다 >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뉴질랜드는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들 한다. 특히 남섬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장소다.
이 나라를 떠올리면, 푸른 호수, 양 떼가 노니는 목초지,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뉴질랜드에 가서 걷고 싶다. 그냥 쉬지 않고, 몇 시간이고, 아무 말 없이 걸으며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특히 ‘밀포드 트랙’이나 ‘루트번 트랙’ 같은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다면, 걷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의 소음도, 인파도 없는 공간에서,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을 들으며 걷는 그 길.
몸은 고될지 몰라도, 마음은 더없이 가벼워질 것이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 수 있는 장소, 그것이 내가 뉴질랜드에 가고 싶은 이유다.
5. 모로코 마라케시 < 낯선 색, 낯선 향기 속으로 >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문화권 중 가장 끌리는 곳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다.
그 중에서도 마라케시는 내게 ‘낯섦’ 그 자체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색감의 시장, 미로 같은 골목, 향신료와 민트티 향이 섞인 공기, 낮에는 타는 듯이 뜨겁고 밤에는 오히려 서늘해지는 날씨까지.
모든 것이 익숙함에서 한참 벗어난 곳이다.
우리는 가끔, 익숙함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똑같은 언어, 똑같은 생활, 똑같은 리듬.
그럴 때 마라케시는 삶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곳일 것 같다.
혼자서 낯선 도시의 길을 걷고, 상인과 가격 흥정을 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 나는 분명히 살아있다.”
그 생생한 감각을 다시금 깨우고 싶어서, 이국적인 마라케시는 내 버킷리스트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다.
💬 언젠가 떠날 날을 위해, 꿈꾸는 여행지도 여행이다
이 다섯 곳은 단지 지리적 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장소는 내가 바라는 삶의 태도, 감정, 변화와 닮아 있다. 어떤 곳에서는 고요함을, 어떤 곳에서는 신비로움을, 또 어떤 곳에서는 치열한 낯섦을 기대한다.
꼭 언젠가 떠나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마음속에서 수백 번 떠난다 해도 괜찮다.
때로는 ‘떠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견딜 수 있으니까.
당신에게도 그런 여행지가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서, 지금보다 더 나답게 웃고 있기를.